텐프로 취재 일기

텐프로 업소에서 3년 동안 일했던 여성 A 씨가 자신의 체험기를 유흥 사이트에 연재해 화제를 모았다.

유흥가에서 최고급 룸살롱을 지칭하는 대표적 단어인 ‘텐프로’. 흔히 일반 클럽 위에 ‘쩜오’(15%), 쩜오 위에 텐프로(10%)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젠 텐프로도 특별한 사람들만이 가는 최고급 룸살롱은 아니다. 어느 틈엔가 ‘대중화’되어 술 좋아하는 한량들끼리 과욕을 부려 한번쯤 가보는 고급 술집이라 해야 할까. 그래도 한때는 알음알음 소개로만 찾아가야 했던, ‘보통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게 조용히 영업하던 룸살롱이 바로 텐프로다.

실제로 아직까지 손님을 가려 받는 텐프로 업소도 상당수다. 그래서인지 지명손님이라 해도 연예인이나 고위층, 전문직 아니면 밖에선 상대도 안 할 정도로 콧대가 높은 텐프로 업소 아가씨들. 그러나 겉으론 화려하고 귀족처럼 살아가는 그녀들의 생활도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올해 나이 28세로 화류계에 몸담은 지 10년째이고 그중 텐프로 업소에서만 3년을 보냈다는 여성 A 씨. 업소에 다니며 대학을 마쳤고 이젠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그녀는 얼마 전 한 유흥 관련 사이트에 자신의 체험기를 올려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녀가 고백한 화류계 입문과 은퇴 과정을 들여다보면 베일에 가려졌던 텐프로 아가씨들의 리얼한 삶과 최고급 술집의 숨겨진 단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나이 어릴 때는 내 나이 또래보다 큰돈을 만질 수 있고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물 쓰듯 써도 다시 생기고 해서 좋았죠. 근데 지금은 (다른 일하는) 내 또래보다 능력도 없고 몇 달만 쉬면 바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처지예요. 지금은 몸도 많이 안 좋고 체력도 버텨주질 않네요.”

그녀는 이제는 쉬고 싶다며 체험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24세 되던 해에 처음 텐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고 했다. 그후 텐프로 업소에서 일한 기간만 3년 남짓. 중간 중간 학교 수업과 대학원 준비 때문에 쉬기도 했으니 순수하게 일한 기간만 따지면 만 1년쯤 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번 돈은 2억 2000만 원 정도.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 남아 있는 건 명품 옷과 명품 가방이 가득한 옷장, 그리고 예전 스폰서가 내어준 1억짜리 전세 아파트가 전부라고 한다.

“처음엔 그저 한 1년 바짝 벌고 시집가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같은 과 친구와 함께 면접 보러 갔는데 마담 언니가 100만 원짜리 수표 12장을 꺼내 놓으며 오늘부터 일하자고 하더라고요. 한 달 용돈이 100만 원인데 제 1년치 용돈을 한 달 월급으로 준 거죠. 그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첫 달 월급으로 받은 1200만 원은 코 성형과 피부 관리, 명품 가방과 신발, 옷을 사는 데 다 썼다고 했다. 다행히 ‘지명’도 많이 받고 손님들 반응도 좋아 수입은 나날이 늘어났다. 집안이 못 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외제차도 끌고 다니고 싶고 명품도 거리낌 없이 사고 싶었던 그녀. 당시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마담언니가 구세주와도 같았다고 말한다.

“첫 주에 받은 개인 팁만 300만 원이었어요. 텐(프로) 신인으로서는 꽤 높은 편이었죠. 월급으로 1200만 원 받으면 하루에 룸 6~7개 정도는 돌아야 하는데 전 17일 만에 내 월급 값을 다 했죠. 첫 달에 차도 생겼어요. 가게에 자주 오던 오빠(손님)가 아우디를 뽑아주더라고요. 오빠에게 뭘 바라냐고 했더니 해외여행 한번 가자더군요.”

두 번째 달에는 1400만 원, 그 다음 달은 1500만 원…. 익숙해지니 일도 점점 쉽게 느껴졌고 그녀의 인기만큼이나 월급도 점점 올랐다. 그녀는 지명 손님들이 압구정의 유명 백화점에 불러내서 명품을 선물로 사줘 당시엔 옷이나 가방, 구두 등을 자기 돈으로 산 적이 없다고 한다. 청순가련형의 외모 덕에 지명 손님이 줄을 이을 정도로 인기도 많았고 귀여운 스타일이라 함께 일하는 언니들도 예뻐했다고 했다.

“언니들이 손님 앞에서 ‘쟤는 가방 바뀌는 걸 못 봤어’라든가 ‘쟤는 얼굴은 예쁜데 옷을 잘 못 입는다’라는 등의 얘기를 하면 오빠들이 다음 날 백화점으로 불러내 쇼핑시켜 주더라고요.”

그녀가 처음으로 강남에서 자취를 시작했을 때엔 논현동에서 가구점을 몇 곳 운영하던 손님이 가구를 풀세트로 해결해 주었고 또 다른 손님은 모든 가전제품을 선물해주었다. 한 달에 140만 원 하는 오피스텔의 월세까지 대신 내주는 손님도 있었다.

남자의 뻔한 속셈이 다 보이지만 이곳 아가씨들 역시 명품과 돈에 대한 유혹을 이기기는 힘들다. 주는 만큼 다 받는 그녀들. 이런 점에서 ‘텐프로는 2차를 가지 않는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 아가씨에게 월급 이상의 돈을 주면서 세컨드로 들어앉히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 정도는 예삿일이라고 했다.

제게 아우디를 사 준 오빠와 함께 약속대로 홍콩에 갔었는데 펜디, 샤넬, 구찌 이런 명품을 가격 상관 말고 제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고르라고 하더군요. 침대에서도 완전히 제게 빠져버린 오빠는 정말 돈이 안 아까운 듯 아낌없이 주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그러더군요. 한 달에 2000만 원 줄 테니 가게 나가지 말라고.”

원래 텐프로의 세계에서 지명 손님과 연애 감정을 갖는 것은 금물. 결국 언제나 상처받는 쪽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너무 집착해 영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처음엔 남자 쪽에서 좋다고 날뛰고 어쩌고 해도 그 감정이 식고 나면 제아무리 텐프로 아가씨라 해도 남자들 눈엔 헤픈 술집 여자에 불과할 뿐이죠.”

그러나 꽤 많은 텐프로 아가씨들에게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비록 유흥가지만 ‘대한민국 상위 10%’답게 그녀들은 결혼 상대를 고르듯 상대 남자를 고른다고. 돈만이 아니라 집안, 외모, 학벌, 갖고 있는 차까지 조목조목 다 따져가며 자신이 끌리는 남자를 골라 사귄다는 것. A 씨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꽤 괜찮게 생긴 명품족 남성’과 사귄 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자신이 텐프로 아가씨임을 알리지 않은 채.

그녀는 텐프로 업소에 다니는 걸 알고 사귀느냐 아니면 모르고 사귀느냐에 따라 남자의 태도가 천지차이라고 말한다. 알고도 다 이해한다며 아량을 보이는 남자들은 텐프로 아가씨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속이고 만나게 될 경우 역시 ‘해피엔딩’은 거의 없다고 한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남자들의 태도는 십중팔구 백팔십도 돌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날 룸에 들어갔다가 사귀던 ‘남친’과 맞닥뜨린 적이 있었어요. 제게 그러더군요. ‘내가 그렇게 궁하게 했냐’고. ‘다음엔 아가씨와 손님으로 만나자’고. 그 말 듣고 그 자리에서 30분간 울었어요. 충격으로 한동안 일도 그만두고 학교 공부에만 매달렸죠.”

물론 직업을 알고 만난 경우라도 다른 사례가 있긴 했다. 기러기 아빠였던 한 40대 남자. 부인이 바람이 나 이혼하고 클럽을 전전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이였다. 그는 ‘성불구’라는 비밀을 지켜주고 6개월 계약 연애를 하는 조건으로 A 씨에게 거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함께 보드게임 하고 손잡고 산책도 하고, 손만 꼭 잡고 자기도 하고 유럽 여행도 함께 가고 정말 연애다운 연애를 했어요. 오빠는 계약 기간이 끝나자 제 미래를 위해 좋은 사람 만나라며 떠나갔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가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요.”

남들 연봉 이상을 한 달에 버는 그녀들이지만 “정작 남는 게 없다”고 말하는 건 그만큼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피부, 네일 관리는 기본, 매일 머리하고 트렌드에 맞춰 얼굴까지 손보려면 돈이 이만 저만 드는 게 아니라고 한다.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연예계에도 욕심이 있던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카메라발’ 안 받는다는 얘기에 곧바로 1000만 원을 들여서 안면윤곽수술을 받기도 했다. 연예계 입문을 위해서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면 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일을 계속하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는 곳 또한 이 세계라고 한다. 방송국 PD의 눈에 들어 VJ로 데뷔하게 된 그녀의 아는 언니는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바로 월급이 500만 원이나 올랐다고 했다.

3년 동안 텐프로 업소에서 일하면서 대학을 마친 그녀는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어 걱정이라고 한다.

“3년간 모은 돈이요? 없어요. 가게에서 번 돈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고 (남은 건) 명품 옷, 가방, 시계, 구두가 전부입니다. 카드빚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죠.”

A 씨는 고민 끝에 최근 한 기획사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사정이 어렵더라도 이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정말 열심히 살고 싶기 때문이란다.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것이 그녀의 소망이다.

“이젠 밤세계를 떠나 조금 더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언젠가 저도 진짜 연기자로 불릴 날이 있겠죠.”

그녀가 쓴 기나긴 일기를 모두 읽은 사람들은 피상적으로만 알던 텐프로 여인들의 생활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한 줄 한 줄 쓰인 글들 사이에 스며 있는 여리고 애잔한 마음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며 그녀가 부디 소망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달에 월급 1600만 원으로 생활하던 네가 이 바닥을 떠나 어떻게 생활하겠냐고들 하세요. 하지만 1600만 원 받을 때는 1000만 원은 몸을 치장하는 데에, 600만 원은 유흥비와 집세 등에 쓰느라 남는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운전할 때는 몰랐던 서울 풍경들을 구경합니다. 근데 아름답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알던 밤의 서울보다 요즘 대하게 되는 맨얼굴의 서울이.’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